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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17.04.03 17:35
작성자 : 관리자
현지인처럼 먹고 느끼고
직장인 김보라(35)씨는 2016년 10월 태국 치앙마이를 여행했다. 항공권 말고는 준비한 게 없었다. 5일간의 일정은 물론 숙소도 현지에 도착해서 잡았다. 치앙마이는 처음이었지만 유명 사원같은 ‘여행자 필수 코스’는 거들떠보지 않았다. 대신 쿠킹클래스에 참가했고, 코끼리 보호소를 찾아가 코끼리와 놀았다. 
“태국 음식을 좋아해 어떻게 만드는지 궁금했고, 특히 치앙마이는 식재료가 좋다는 말에 더 호기심이 생겼어요. 태국에 가면 코끼리 트레킹을 많이들 하는데 코끼리 괴롭히면서 재미를 느끼고 싶진 않았어요. 그래서 찾아간 곳이 코끼리 보호소였어요.”
여행이 달라지고 있다. 관광 명소에서 기념사진만 찍고 돌아오기보다 현지인 일상을 엿보고 그들이 먹고 즐기는 문화를 함께하는 '체험여행'이 유행이다. 베트남 호치민 벤탄시장을 구경하는 여행자들.
여행이 달라졌다.
김씨처럼 뻔한 일정 대신 여행중에도 자신만의 취향을 즐기는 사람이 부쩍 늘었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의 국민여행실태조사를 보면 지난 3년 새 ‘여행 중 주요 활동’이 크게 달라졌다. 2013년 열에 셋(30.1%)이 하던 ‘자연 경관 감상’은 2015년 28.6%로 준 반면 같은 기간 ‘음식 관광’이 16.4%에서 18.5%로 늘었다. ‘체험 여행’ 확산에 따른 현상이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 김영준 연구실장은 “자연 경관 감상 같은 정적 활동은 급격히 줄고 있다”며 “동적 활동은 음식 관광을 중심으로 꾸준히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동적 활동이란 여행객 개개인의 다채롭고 구체적인 취향을 반영한 걸 말한다. 수치로 확인되지 않는 흐름까지 감안하면 변화의 속도는 더 빠른 것으로 보인다. 김 실장은 “동적 활동 수요가 많아지면서 관광업 형태 자체가 바뀌고 있다”며 “새로운 형태의 체험 서비스 관광을 제공하는 업체가 앞으로 점점 더 많이 등장할 것”이라고 했다.
이는 세계적인 현상이다. 한국은 오히려 늦은 감이 있다. 세계관광기구(UNWTO)가 2012년에 발표한 ‘음식관광’ 보고서가 이를 증명한다. 보고서는 미식 활동(Gastronomic Activity) 중 음식 관련 행사(79%), 쿠킹 클래스(62%), 푸트 투어(62%) 순으로 관광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밝히고 있다. 여행객이 단지 맛집을 찾아다니던 데서 한걸음 더 나아가 능동적으로 미식 체험을 즐기는 게 중요하다는 뜻이다. 
베트남 호치민의 쿠킹클래스. 미국이나 호주에서 온 여행객이 많았다. 베트남 전통음식 3종류를 만들어본다.
그러나 아직까지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 여행객 중 능동적 체험활동을 즐기는 이들은 많지 않다. 2015년 외국 관광객을 대상으로 ‘방한 기간 중 주요 활동’을 알아봤더니 여전히 쇼핑(41.2%), 자연 경관 감상(9.7%), 식도락 관광(8.0%) 순으로 나타났다. 
긍정적 변화도 감지됐다. 주요 활동별 만족도 조사에서 ‘쇼핑 만족도’는 2013년 29.7%에서 2015년 28.0%로 줄어든 반면 ‘식도락 관광 만족도’가 2013년 10.9%에서 2015년 13.8%로 증가한 것이다. 
사드의 한반대 배치를 둘러싼 한-중 갈등으로 유커의 발길이 뚝 끊긴 지금, 외국인이 능동적으로 즐길 수 있는 체험 여행을 주목해야 하는 상황이다. 방한 기간 활동 중 쇼핑 비중이 높은 중국인(84.3%)보다 다른 나라 방문객이 체험 활동을 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런 분석을 토대로 서울시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서울시 산하 서울관광마케팅은 2016년 11월 외국인 자유여행객을 위한 사이트 ‘원모어트립’을 오픈했다. 외국인 여행자가 사이트에 입점한 관광 콘텐트 회사의 서비스를 예약할 수 있는 직거래 장터다. 한식 쿠킹클래스, 전통주 체험, 한국 회식 문화 체험 등 다양한 서비스를 고를 수 있다. 
외국인이 국내에서 즐기는 체험여행은 걸음마 단계이지만 이미 수많은 한국인이 국내외에서 다채로운 체험 여행을 즐기고 있다. 체험 서비스를 전문으로 하는 스타트업이 급증하는 것만 것만 봐도 그렇다. 마이리얼트립·야나트립·프립이 대표적이다. 모두 디지털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트업 회사로, 성격은 조금씩 다르지만 여행객이 취향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다양한 체험 상품을 갖췄다는 점에서 닮았다. 푸드 투어, 와이너리 방문, 스카이다이빙 등 수백 개에 달하는 상품이 있다.
파리 푸드트립 코스 중 하나인 디저트 가게. 백수진 기자
공유 숙박 회사 에어비앤비도 2016년 11월부터 ‘트립’ 서비스를 선보였다. 3월 기준으로 서울을 포함한 전세계 13개 도시에서 800가지 체험 여행 서비스가 운영되고 있다. 투어 업체가 아니라 ‘현지인 전문가’와 함께 한다는 점에서 기존 서비스와 차별화했다. 이를테면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서퍼에게 서핑을 배우고, 영국 런던의 레코드 회사 직원과 언더그라운드 뮤지션을 찾아 나선다. 서울에서는 한식 체험, 재래시장 탐방, 패션 체험 등 21개 여행 서비스가 운영되고 있다. 
기존 여행사도 이같은 변화에 대응하고 있다. 하나투어는 마라톤 선수와 함께 대회에 참가하고 패키지 여행 일정 중 쿠킹클래스를 체험하는 ‘테마여행’ 상품을 최근 부쩍 강화했다. 내일투어도 쿠킹클래스, 무예타이 체험 등 이색 체험 상품을 선보였다. 내일투어 김희순 전무는 “요즘 여행객은 보는 것보다 몸으로 느끼는 걸 좋아한다”며 “누구나 가는 관광명소에서 인증샷을 남기기보다 나만의 경험을 중시하는 분위기가 강해졌다"고 말했다. 여행 자체의 개념이 달라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글·사진=최승표 기자 spchoi@joongang.co.kr 

최승표 기자 spcho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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